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것, 좀 더 확대하여 우주라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에서 나의 사유는 시작되는데 살아온 환경이나 교육으로 인해 가지게 되는 선택적인 편견으로 그것은 그것이다 라는 나름의 잣대를 만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특히나 그것은 가장 자극적인 시각적인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로 인한 반목과 갈등은 굳이 지난 역사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주변에서 쉬이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문득 경주 남산이라는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신라불교문화의 보고 혹은 노천 박물관이라고 이야기되는 곳에 존재하는 자연과 함께 자리한 문화유산 또한 누군가의 바램과 기원으로 바위에서 부처나 석탑의 형상으로 바뀌어 한때 신앙의 대상이었던 절대적 존재임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또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니 불상과 석탑 조차도 그저 한때 존재하는 인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지극히 인간중심적 시각의 산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성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바,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라는 사구게를 빌려보게 되는데, 형상을 형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곧 진실을 보게 된다는 석가의 말씀처럼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영원히 그 모습을 가질 수는 없으니, 시간의 흐름으로 이것은 저것이, 저것은 이것이 되는 인연 법칙에 따른 흐름의 과정 중 존재하는 모습일 뿐이다. 형상이 다르나 나와 남이 그리고 우리네 사는 공간의 어느 것 하나 나와 다른 것이 없다. 남산을 찾아 불상과 석탑을 찾아본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본다. 그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이 불상과 석탑과 다른 것은 없다.
이곳을 찾은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니.